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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늑대 FORCE
[스크랩]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산다는 것" 본문
서울 중부소방서 이갑재(56) 소방장은 3교대 근무조 중 A조다. A조는 지난 토요일 아침 9시부터 24시간 근무하고 이번 주 월~금요일오전 9시~오후 6시 근무를 한다. 다른 B조는 전주 낮 근무를 하고오후 6시 출근해서 이튿날오전 9시까지 15시간 야간근무한 뒤 C조와 격일로 교대한다. 쳇바퀴 돌듯 빡빡한 스케줄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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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火魔) 속에 몸을 던져 직무를 수행하던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있는 가운데 4일 오전 경기 평택 중앙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이재만(39) 소방위와 故한상윤(31) 소방장의 합동빈소서 한 동료소방관이 오열을 하고 있다. News1 이명근 기자 |
그나마 중부소방서는 나은 편이다. 서울 지역 22개 소방서 가운데 종로, 중구. 강남 등 8개 소방서만 3교대이고 나머지는 아직도 2교대로 일한다.
새까만 연기가 자욱한 재난 현장에서 울부짖음 속에 불덩이를 헤집고 뛰어드는 119 소방대원들. 끊임없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소방관들이지만 사회적 인식과 대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열악한 실정이다.
◇"위험수당은 단 5만원"
지난3일경기 평택시 서정동 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인명 구조작업을 하던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이재만 소방장과 한상윤 소방교가 숨졌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구조자를 찾으러 들어갔다가무너진 천장 구조물에 깔려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올 들어 6명째다.그들에게는 사랑스런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다.
소방관들의 죽음의 현장이 꼭 화재현장만은 아니다. 다급히 출동하다 숨지기도 하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죽기도 한다.
목숨을 거는 직업이지만 보상은 빈약하기 짝이없다.
이른바 생명수당이라 할 수 있는 위험수당 5만원과 화재진압활동비 8만원 등 13만원이 전부다. 여기에 구조구급활동비 10만원(구조대원) 등이 있고 각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당이 있지만 재정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생명을 구하는 고귀한 직업을 돈과 연결짓기는 어렵지만 국가직인 경찰관의 절반 수준인 소방관의 수당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지적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위험수당 5만원을 받고 불길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위험수당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현실화하고 구조구급활동비도 추가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이재만 소방장과 한상윤 소방교의 순직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나타나는 사후약방문식 반짝 대책만으론 안된다는 자성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소방관들
종로소방서의 최종석 화재진압반장(49)은 웬만한 화재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지만 지금도 화재현장을 다녀온 후에는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화재진압을 잘하고 왔다는 보람보다 시신을 밟아 훼손한 건 아닌지 그런 생각에 휩싸인다"면서 "직원마다 강도는 다르지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 반장은 4년 전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로 동료 소방관 3명을 떠나 보냈다. 한동안 그는 멍하니 하늘만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하면서, 그럴 땐 술로 시름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강향규 소방교(37)는 교육 동기생이 둘째 아이를 낳고 열흘 뒤 순직하는 사고를 경험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아이가 아빠 얼굴도 모르고 클 수 있겠구나.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두려워지더라"고말했다.
많은 소방관들이 이른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시달리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 3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현황조사 결과, 1452명(5%)이 정밀진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소방관 중 39.7%가 우울증 경험이 있으며, 2008년부터 올 7월까지 자살한 소방관은 26명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관할 보건소와 MOU를 맺고 간단한 치료만 하고 있을 뿐 국가적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선 백원우 의원(민주)이 대표 발의한 `소방공무원보건안전및복지기본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백 의원은 "올 들어서만 5월까지 소방관 8명이 자살했고 대부분 소방교 이하 직급이었다"며 "과도한 업무 속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점의 해결책을 찾다가 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12년 3억8500만원, 2013년부터는 15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관서마다 소방보건의를 두고 정신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소방관 복지시설과 퇴직소방공무원의 복지도 지원하는 등의 체제가 갖춰지지만 연내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해 법안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의원(한나라)은 지난 9월 `소방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이 법안은 1972년 국가직에서 지방직과 일부국가직으로 제도가 바뀐 소방공무원의 체계를 전부 국가직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유 의원은 "국가직 전환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나 수당 미지급 문제 등 열악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관에 대한 국민인식도 바뀌어야
소방공무원들이 특히 힘들어 하는 대목은 소방관을 대하는 삐뚤어진 국민인식이다.
최종석 반장은 "시민들이 인명구조 소방관이기 때문에 인명구조를 쉽게 하는 걸로 알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이 위험한 일을 쉽게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화재 또는 재해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는 모두 소방관의 탓이다.
현장 출동 소방차량이 사고가 나도 1차 책임은 소방관에게 있다. 소방차에 우선통행권이 있지만 사고를 낸 소방관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형사처분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난 9일부터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나 119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다 걸리면 최고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도로교통법이 고쳐졌지만, 실질적으로 소방관의 입장에선 흡족하지 못한 것이다.
중부소방서 나금용(55) 소방위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도 내 가족들이 소방관인 우리 아빠가 희생됐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지열(여·29·중부소방서) 소방교는 "소방관은 동료를 잃은 슬픔에 잠기기도 전에 장비를 점검하고 추후사고에 대비한다"며 "미국에선 영웅대접을 받는 소방관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는 부족한 것 같다. 소방박물관 같은 것이 생기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소망했다.
20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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