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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은혜, 무슨 수로 다 갚을까 본문
부모님 은혜, 무슨 수로 다 갚을까
정종암 수필가
차창 밖으로 꽃비는 바람에 휘날린다. 조금 늦은 꽃구경이 아쉽다. 꽃비가 내리게 한 후 꽃봉우리는 없어지고 곧 신록으로 번질 것이다. 지난 토요일. 1박2일간의 일정으로 관광 겸 고교동문회에 참석차 가던 길에 점심식사를 위해 대형음식점에 하차했다. 그 마당에서 이리저리 달리는 이상스런 꽃마차를 발견했다. 그 꽃마차는 각양각색의 바람개비와 함께 자전거 바퀴 네개로 만들어진 동남아 여행에서 볼 수 있는 인력거와 비슷한 형태였다. 아들인 듯한 중년의 남자가 페달을 밟는 옆자리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타고는 기분이 좋은 모습이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그 꽃마차였지만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할머니! 기분 좋습니까?" 하고는 말을 건넸다.
"예!" 라는 할머니의 단말마에 그 아들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가.
요즘 물질이 풍족해도 부모를 서로 돌보지 않으려는 세상이다. 낳고 길러주신 자신의 부모를 방기(放棄)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본다. 이를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옛부터 '동방예의지국' 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2,300여년 전, 공자의 7대손 '공빈(孔斌)' 의 동이열전에서 '동쪽의 예가 투철한 나라'라고 했던 것에서 연유한다. 이러했던 동방예의지국에서도 늙거나 병든 부모를 산 속이나 한적한 곳에 내버려두었다가 죽은 뒤에 장례를 치루던 풍속이었다. 이 고려장이란 고려가 아닌 고구려 시절에 횡행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장수왕 이후에는 그들 스스로'고려' 라고 불렀다는 것을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국명은 조선이다. 이러한 조선을 이성계가 자신의 개국과 구분하기위해 옛조선을 '고조선' 이라 칭한 것과 같은 맥략이다.
고려장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비인간적이다. 당시로써는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 누구나 늙음을 피할 수 없는 노릇인데 금수같은 노릇은 아닐까. 현대판 고려장은 고도의 문명사회인 지금에는 더욱 교묘하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를 관광차 갔다가 버리고 오거나 요양원에 보낸다는 명분하에 공동생활체를 끊는다. 그러면 그 늙은 부모는 자식이 그립고 손자가 그리워도 창살없는 감옥생활과 다를 게 없다. 이러면서 현대인들은 인권을 논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세치혀로 나불거림을 좋아하는 이중성에 놓여있다.
나는 중국의 역사서를 거의 탐독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구절이 생각난다. 진(晉)의 환온(桓溫)이란 자가 어느 곳을 지날 때, 그의 종노릇하는 이가 어린 원숭이를 잡았다. 그러자 애미 원숭이는 울부짖으며 수십키로를 따라오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배에 오르고는 기절하여 죽자, 짓궂은 종들이 애미 원숭이 배를 가르자 얼마나 애가 탔던지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겨울을 강타했던 구제역 때, 살처분을 당하던 어미소가 죽어가면서도 철없는 송아지에게 약 2분간이나 버티면서 끝내 젖을 먹였단다. 결국에는 그 송아지도 죽음을 면치못해 어미소에 묻혔다. 이 숭고한 어미소의 모성애에 눈물을 흘렸다는 뉴스가 탐욕에 가득찬 우리 인간들의 심성을 건드렸다. 자식을, 새끼를 사랑하는 마음은 동물이라고 다를 게 없다. 이러함에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 인간들이 그 은혜에 보답은 커녕, 배신의 칼날을 들이댈 때는 슬픔을 넘어 떨쳐버릴 수 없는 분노에 찬다.
나도 그럴까? 금년 여름이면 하직하신 어머니의 3주년 추도식이다. 어머니가 그립다. 중년답지 않게 곁에도 계시지도 않는 어머니를 향해 "엄마! 엄마!..." 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절규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 절규를 들을 수 도 없는, 한 번쯤 안아드릴 수도 없는 허공에 찬 메아리일 뿐이었다. 저승에 계신 어머니가 그립다. 이제서야 불효에 후회한들 누구든 무슨 소용이 있으랴.
평균 수명 80세의 세상이다보니 길거리를 가다가 대중교통 시설에서 나의 어머니보다 훨씬 많은 년배를 만난다. 언젠가, 지하철 속에서 아흔의 할머니를 만났다. 꼿꼿하게 서 계시면서 자신이 아흔이란 것을 증명이라도 할 듯이 주민등록증을 내미는 노익장에 탐복한 적이 있다. 자신의 딸이 예순여덟이라고 했다.
나를 잉태하여 10개월간이라는 산고, 젖을 먹이고, 똥오줌을 가려주고, 교육을 시키고, 장성하면 결혼을 시킨 이가 우리들의 어머니이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죽음 직전에서까지 자식사랑을 물씬 풍기는 게 부모님의 사랑이다. 2주만 지나면 어버이날이자 가정의 달이다. 그 어버이날은 한국 최초의 여기자인 최은희가 주창하여 행사를 해오다가 이승만정권 때 공식화하여 지금까지 부모님의 은혜를 기린다.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보낸 이듬해였던 어버이날인 전날. 길거리에 즐비하게 널브러진 카네이션 장사꾼 앞을 한참이나 성성거린 적이 있다. 그 카네이션을 사고서도 저승에 계신 어머니 가슴에 무슨 방법으로 꽂아드릴 수가 있으랴.
그때의 애뜻한 심정을 이렇게 읊었었다.
-보낼 수 없는 카네이션-
<상략>
울먹이는 가슴으로/
카네이션 한 송이 곱게 쥐어보건만,/
어디로 보낼까/
분명, 나의 어머니 천당에 가셨는데/
반백의 아들은/
보낼라 보낼 수 없는 카네이션 한 송이/
손에 쥐고는 눈물을 머금는다/
<하략>
그 카네이션을 손에 넣고도 저승에 계신 어머님의 가슴에 못다한 사랑을 전할 수 없은 심정을 읊은 것이다. 비평가이면서 문학평론가로, 수필가이자 시인으로 살고있는 나는 어머니를 그리는 시가 이 시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부모님을 그리는 시가 너무 많을 정도이다.
생전에 효도함이 최고가 아닐까? 조금 있으면 5월이다. 부모님 은혜에 다시금 생각해 보자. 그 꽃마차 페달을 밟는 아들은 꽃구경을 가자고 꼬드겨 어디쯤 가다가는 물에 '풍덩~'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꽃마차를 타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그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탐욕이 판치고 부모를 헌신짝처럼 내팽겨치는 일부 배우고 돈많은 자들의 자식들과 달리 그 효심에 어찌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도 능가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지금도 넋을 잃는다.
봄이다. 지금도 자신들의 부모가 살아있다는 게 행복한 것이다. 이 화창한 봄날에 나의 어머니께 꽃마차를 태워주고 싶다. 그러나 덩달아 저 하늘로 갈 수도 없다. 저승에서는 성경책을 낀 나의 어머니를 하느님께서 운전하는 꽃마차를 타고 계실까? 누구든 부모가 죽어서야 후회한들 소용없다.
부모가 오래 산다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행복이다. 세상이 어떤한들 다들 살아있을 때가 행복하여라. 나도 여든의 아버님을 뵙기위해 부산행 주말열차를 타련다. 생을 다한 꽃이 꽃비를 형성하는 무리도 아름답다. 자신들의 부모님이 늙어감도 아릅답다. 사랑하자. 이 세상의 그 어느 사랑보다 부모에 대한 사랑이 먼저가 아닐까. 그 은혜에 사랑으로 보답하자. 살아 계실 때 카네이션 한 송이를 부모님의 가슴팍에 꽂아드리는 시간을 갖자. 저승에는 카네이션이 없을 것이다. -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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