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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가족, 사회가 품어주세요"…소방관의 '편지'

바다늑대FORCE 2012. 4. 5. 21:15

 

"남겨진 가족, 사회가 품어주세요"…소방관의 '편지'



【인천=뉴시스】차성민 기자 = 혹자들은 소방관을 두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익과 권력에서 벗어나 오로지 타인의 생명만을 위해 자신을 위험속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꽃보다 아름다운 2명의 소방관이 또 다시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현직 소방관이 편지를 통해 동료 소방관의 넋을 기렸다.

인천 남부소방서 김영철 소방사는 기고문을 통해 "국민들이 떠나간 동료들의 죽음만은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직업에서 보람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소방관이다. 그런 소방관을 국민들이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 소방사는 "열악한 장비와 외상 후 스트레스, 생명수당 월 5만원, 만성인력부족, 평균수명 58세, 살인적인 근무시간,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등의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잊혀진다고 해도 소방관들은 국민을 위해 맡은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겨진 가족들도 모두가 함께 안아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방관의 죽음을 추모하지 않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영웅의 삶에 박수를 보내던 '래더49'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던 주말이었다"며 "하지만 평택의 화재현장에서 순직하신 2명의 영웅을 떠나보내는 가족과 동료들의 마음은 영화처럼 그 삶을 축하해줄 수 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같은 일이 생길 때면 며칠동안 사고 소식이 뉴스에 나오며 열악한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영웅의 죽음도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는 것처럼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다"며 "하지만 그 현실 속에서 가족과 동료들은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고 소식이 있을 때 일부 사람들이 '안전이 최우선인 소방관들이 정작 자신의 안전에 무관심했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단언한 뒤 "죽음의 문턱을 자신의 생명을 걸고 넘어 들어가는 이들에게 어리석다, 무식하다 말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전한 화재현장이란 있을 수 없다"며 "화재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라면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안전은 더욱 멀어져간다. 우리가 찾아가는 그곳은 우리가 구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위험에 처한 순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영철 소방사의 기고 전문.


동료 소방관을 떠나보내며....

다시 동료소방관들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안타까운 마음은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을 포함한 온 국민이 같을 것이다. 소방관의 죽음을 추모하지 않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영웅의 삶에 박수를 보내던 “래더49”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던 주말이었다. 하지만, 평택의 화재현장에서 순직하신 2명의 영웅을 떠나보내는 가족과 동료들의 마음은 영화처럼 그 삶을 축하해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생길 때면 며칠동안 사고 소식이 뉴스에 나오며 열악한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영웅의 죽음도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잊혀지는 것처럼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도 사라진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하였다. 하지만 그 현실 속에서 가족과 동료들은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며칠 전 사고와 같은 화재현장에서의 안타까운 죽음, 낡은 특수차와 장비를 사용하여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맞바꾼 더없이 소중한 생명, 여름에 배수작업을 하다가 혹은 겨울에 고드름을 제거하다가 당하는 사고들, 불어난 하천에서 구조작업을 하다 떠내려간 값진 생명들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졌는지 모르지만, 우리 동료소방관들은 그 죽음을 언제나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현장으로 다시 출동을 가야만 한다.

사고 소식이 있을 때면 일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안전이 최우선인 소방관들이 정작 자신의 안전에 무관심 했다고 한다.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죽음의 문턱을 자신의 생명을 걸고 넘어 들어가는 이들에게 어리석다, 무식하다 말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전한 화재현장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화재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라면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안전은 더욱 멀어져간다. 우리가 찾아가는 그곳은 우리가 구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위험에 처한 순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열악한 장비, 외상 후 스트레스, 생명수당 월 5만원, 만성인력부족, 평균수명 58세, 살인적인 근무시간, 초과근무수당의 미지급 등의 소방관의 처우에 대한 관심이 잊혀진다고 해도 소방관들은 국민을 위해 맡은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떠나간 동료들의 죽음만은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직업에서 보람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소방관이다. 그런 소방관을 국민들이 지켜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도 모두가 함께 안아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영웅의 장례식장에 박수소리가 들리더라도 먼저 떠나는 선배소방관과 남겨진 가족, 동료들의 마음이 조금은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배님들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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